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 어떻게 세계 6위 석유제품 수출국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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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7. 오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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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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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톱10 이끈 FTA] [하] 한국 산업 경쟁력 업그레이드
‘포천 500′에 K방산·K푸드… 더 많은 기업이 더 강해졌다

2004년 우리나라 첫 FTA(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 정유사는 지구 반대편 남미로까지 수출 시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아세안·미국·호주 등과 FTA를 잇달아 맺으며 넓어진 경제영토만큼 수출 시장도 확대됐다. 수입국 관세가 없어지면서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커진 덕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석유제품을 수출한 나라는 총 73국, 역대 최대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세계 6위의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성장한 배경엔 FTA가 있었다.

지난 20년, FTA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 위상은 더 높아졌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기업이 세계 일류로 평가받게 됐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게 된 산업 영역은 반도체를 비롯한 IT(정보기술)는 물론 자동차·조선·정유·철강·석유화학·자동차 부품을 넘어 최근 방위산업과 식음료까지 확대됐다.

그래픽=김현국

◇포천 500대 기업에 18개 포함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천이 매출 기준으로 뽑은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은 18개가 포함됐다. 한·칠레 FTA가 발효되기 직전인 2003년 13개보다 5개 늘었고, 업종도 정유·조선·화학·방산·자동차부품·식음료 등이 추가됐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FTA로 해외 시장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며 상사는 퇴조한 대신, 업종별 대표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FTA 효과가 컸던 대표 분야 중 하나가 자동차다. 2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03년 181만대였던 한국 자동차 수출은 2023년 277만대로 늘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차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차그룹이 작년 미국 시장 진출 37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 4위에 올랐다. 도요타와 GM(제너럴모터스)·포드 다음 순서로, 미국 ‘빅3′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제쳤다.

그래픽=김현국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친환경차 전환과 함께 FTA 효과를 봤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2021년 11만대에서 지난해 약 28만대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 중 90% 안팎이 FTA 효과를 입고 미국으로 수출된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였다. 현대차그룹의 높아진 친환경차 기술력에 2012년 FTA 발효로 관세 2.5%가 사라지며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진 것이다. EU(유럽연합)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0%였던 관세가 사라지면서 한·EU FTA 발효 전인 2010년 10만8000대였던 친환경차 수출은 작년 35만3000대로 늘었다.

◇정유·디스플레이 등도 효과

FTA는 정유·화학·철강·디스플레이 등 국내 산업 곳곳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정유업의 연간 수출량은 2003년 1억9902만 배럴에서 지난해 4억6727만 배럴로 증가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FTA로 아세안과 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 3%에 달하는 관세가 사라진 덕”이라고 했다. 화학업종도 EU에서 최대 65%에 달하던 관세가 모두 사라지자 수출액이 FTA 체결 전인 2010년 25억달러에서 지난해 59억달러로 2.4배가 됐다. 이 분야 국내 대표기업인 LG화학은 2018년 처음으로 포천 500에 480위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371위로 등수가 높아졌다.

그래픽=김현국

디스플레이 업계도 국내에서 만든 반제품을 베트남과 인도 등 현지 생산기지로 보내며 수출을 크게 늘렸다. 아세안 디스플레이 수출은 FTA 발효 전인 2006년 4억달러에 못 미쳤지만, 지난해엔 30배가 넘는 125억달러에 육박했다. 이외에도 아세안 수출이 급증한 화장품, 미국으로 수출이 늘어난 의약품도 FTA로 관세가 사라지면서 시장을 확대한 품목들로 꼽힌다.

박태호 광장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0년 동안 FTA는 수출 시장 확대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면서 “다만 앞으로는 다자간 협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개방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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